2024년도. [숨신소]를 통해 그 주 스팀에 출시된 숨은 신작을 매주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지면은 한정됐고, 매주 출시되는 스팀 신작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작품임에도 [숨신소]에서 다루지 못한 안타까운 게임들이 많아 줄곧 눈에 밟혔습니다.

연말을 기념해 [숨신소]에 한 끗 차이로 실리지 못한 안타까운 게임들을 모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숨신소] 2등 모음집, [콩신소]라 할 수 있죠. 오늘 소개할 작품들은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스팀 유저 평가 ‘매우 긍정적(80% 긍정)’ 이상, 최대 동시접속자 1,000명 이상이 즐긴 검증된 게임들입니다.

포문을 여는 첫 게임은 ‘TCG 카드 숍 시뮬레이터’입니다. 9월 15일 앞서 해보기를 통해 출시됐으며, 유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97% 긍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관의 유명 게임 ‘테트라몬’의 TCG 카드를 파는 가게 점장이 됩니다. 최대한 많은 카드팩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 목표죠. 가격을 조정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건물을 증축하는 등 시뮬레이션게임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모두 지원됩니다. 또 카드팩을 팔지 않고 뜯어 얻는 초희귀 카드로 이윤을 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일반 카드만 쏟아지지만요.

UFO 50은 ‘스펠렁키’ 개발자로 유명한 데릭 유 포함 여러 제작자가 함께 만든 고전게임 종합 모음집입니다. 지난 9월 18일 정식출시되어 ‘압도적으로 긍정적(96% 긍정)’ 평가를 기록했죠. 액션, 전략, 플랫포머, 슈팅, JRPG 등 80년대 감성이 듬뿍 포함된 50개의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수록된 게임들은 고전게임에 영감을 받아 새롭게 만들어졌고, 그 데릭 유가 참여한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상당한 난도를 자랑하는 것도 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출시된 픽셀 로그라이크 슈터 ‘구국의 스네진카’가 ‘압도적으로 긍정적(96% 긍정)’ 평가를 기록 중입니다. ‘용철의 마르푸샤: 센티넬 걸즈’의 후속작이며, 전작 대비 편의성과 종합적인 게임성이 발전해 호평이 많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민간 군사기업 사원 ‘스네진카’가 몰려오는 적들에 맞서는 내용을 다룹니다. 귀여운 여자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만, 매우 어두운 세계관과 이에 뒤지지 않은 암울한 스토리가 특징입니다.

드로바는 수려한 도트와 고전 RPG 시스템이 만난 게임으로, 지난 10월 15일 출시되어 ‘압도적으로 긍정적(96% 긍정)’ 평가를 기록 중입니다. 자연을 지배하고 영혼을 포획하는 이들과 영혼의 복수를 다짐한 이들의 다툼이 주요 소재입니다. 예측 불허의 퀘스트, 불친절하지만 높은 자유도 등에서 고딕 시리즈가 연상된다는 평이 많습니다. 텍스트가 방대하고 공식 한국어 지원이 없지만, 대신 유저 AI 번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레카’는 전설 속 마녀 바바 야가의 도제 ‘레카’가 되어 살아가는 게임입니다. 지난 9월 12일 앞서 해보기를 시작했으며,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죠. 을씨년스러운 북유럽 배경에서 건물을 건설하고 지역을 탐험하며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핵심 게임플레이 요소입니다. 전투나 공포 요소는 없으며, 슬라브 신화와 민담에 기반한 정령과 요정들이 간혹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면 여러 아이템을 발견하며, 그 때마다 집을 꾸밀 수 있는 가구들이 늘어납니다.

기괴한 그래픽과 스토리가 일품인 마우스워싱은 지난 9월 27일 출시됐습니다. 서서히 미쳐가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힘든 소름끼치는 연출이 백미로,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유저 평가를 받았습니다. 먼 미래 유인화물배송기업 소속 우주선이 우주 한가운데 표류하게 되며, 식량과 산소가 부족해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5명의 인간이 벌이는 사건을 다룹니다.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슬롯머신 기계 ‘빠칭코’에서 영감을 받은 로그라이크게임 ‘발리오네어’가 출시됐습니다. 개발진은 발리오네어를 ‘자동땡그랑 장르’라고 자칭했는데요, 플레이어는 거대한 빠칭코 기계에 매 턴 기물(바운서, 트리거)을 추가해 더 많은 돈을 벌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떨어지는 공을 직접 조작할 수는 없어 운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기상천외 방식으로 순식간에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놓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어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모티브가 된 빠칭코보다 건전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8월 9일 ‘슈퍼마켓 투게더’가 출시와 함께 ‘압도적으로 긍정적(95% 긍정)’ 평가를 기록했습니다. 무료 멀티플레이 시뮬레이션게임으로, 플레이어는 동료와 함께 동네 슈퍼마켓을 경영해야 합니다. 매장 공간을 여러 과일, 재료, 상품으로 채우고 이를 관리해 더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이 목표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특전을 해금하거나 진급을 통해 기능을 해금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취객이나 도둑이 슈퍼의 평화를 위협하니, 정의의 빗자루로 이들을 응징하는 일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마녀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거센 화력이 필수입니다. 위치파이어는 로그라이크 FPS로, 여러 총기와 마법을 활용해 마녀의 군세에 맞섭니다. 익스트랙션 슈터와 진행 방식이 유사하며, 지역에 돌입한 후 적들을 처치하고 아이템을 습득한 뒤 탈출해야 합니다. 지도에는 다수의 일반 몬스터와 함께 강력한 적들의 위치가 표시됩니다. 적들을 일정 수 처치하면 패시브 효과를 주는 아르카나를 획득할 수 있으며, 한 지역을 완료하면 스킬이나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대 여덟 사람까지 화나게 만드는 협동게임 ‘피코 파크’의 후속작이 9월 12일 출시됐습니다. 극심한 분노를 유발하는 게임임에도 ‘매우 긍정적(90% 긍정)’ 평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8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협동게임으로, 모두 힘을 합해 미션이나 퍼즐을 수행하고 열쇠를 획득해 문으로 나가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 스팀 리뷰에는 서로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