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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言] 혼자 4년 반 개발, 디저트 세계 탐험 '로렌스 기행문'
 
2026년 03월 14일 () 조회수 : 27
로렌스 기행문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스팀)
▲ 로렌스 기행문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스팀)

인디게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 독특한 아이디어와 개성적인 세계관 등, 언급할 수 있는 것은 많겠지만 무엇보다 ‘아트워크’만큼 매력적인 요소를 보기도 힘들다.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이목을 끌 수 있으며, 게임의 주제를 무엇보다 명징하게 전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류에서 두각을 드러낸 게임으로는 단순한 데포르메와 극도로 대비되는 기괴함이 특징인 ‘아이작의 번제’ 시리즈나 20세기 초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쓰인 러버호스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살려 고전의 아름다움으로 호평받은 ‘컵헤드’, 순수하게 주인공의 외형만으로 주목받은 ‘활협전’ 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최근 이와 같은 매우 개성 있는 비주얼로 이목을 끄는 인디게임이 등장했다. 약 4년 반 동안 1인 개발 체제로 만들어진 어드벤처 게임 ‘로렌스 기행문’이 그 주인공이다. 오는 24일 출시를 앞둔 로렌스 기행문은 어떤 작품일까. 개발자 ‘씨러버 발렌’과 함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로렌스 기행문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씨러버 발렌 공식 유튜브 채널)

비정상과 정상의 사이에서, 로렌스 기행문

‘로렌스 기행문’은 디저트들의 세계 ‘디저테리움’을 배경으로 한 탐험형 어드벤처 스토리 게임이다. 세계 질서를 유지하던 ‘승천의 의식’이 어느 순간 끊어지면서 기묘한 혼란이 발생하고, 플레이어는 과잉의 용사이자 광대인 ‘로쿰 로렌스’가 되어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로렌스는 과잉, 망상, 거짓, 강박, 모순, 변화, 공허라는 일곱 도시를 여행하며 다양한 주민들과 만나고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승천의 의식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주인공이 평생 살아온 고향 ‘과잉의 도시’를 시작으로 각 도시에서는 이름에 걸맞은 특징적인 이야기와 사건들이 펼쳐지며, 시험과 대화, 혹은 전투를 통해 도시의 정수를 모아 결국 승천의 산맥에 위치한 신전으로 향한다.

▲ 기묘한 새와 디저트, 그리고 매우 정상적인 이야기가 로렌스 기행문의 특징이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게임의 기본 구조는 언더테일 등과 유사한 스토리 및 전투다. 주요 스토리는 총 8장으로 구?볕퓸?있으며 각 장마다 실시간 전투가 등장해 조작의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세계관 이해를 돕는 여러 보조 퀘스트와 퍼즐, 다양한 맵 이벤트가 배치되어 탐험 요소를 강화했다. 플레이 과정에서는 동행자를 수집해 함께 여행할 수 있는데, 이는 다른 게임의 ‘펫’ 시스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와 세계관은 다양한 고전 문학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오디세이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걸리버 여행기’가 큰 줄기를 형성했다. 이런 영웅의 여정을 기본 구조로 삼되, 우화적이고 풍자적인 세계관을 덧입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신화와 ‘돈키호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H.P. 러브크래프트의 공포 소설, 그리고 미국 애니메이션 등의 영향도 일부 반영됐다.

2D 그래픽과 실사의 조화, 그리고 과장된 색의 아트워크로 게임의 분위기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 2D 그래픽과 실사의 조화, 그리고 과장된 색의 아트워크로 게임의 분위기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이런 우화적인 면은 캐릭터에서도 드러난다. 로렌스 기행문은 폭넓은 세계만큼 다양한 디저트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에 방금 만난 주민의 정체를 간단한 설명과 함께 기록하는 ‘주민 도감’을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씨러버 발렌 개발자는 “향후 여유가 생길 경우 박물관이나 낚시 같은 추가 수집 콘텐츠를 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게임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요소는 바로 ‘그래픽’이다. 작품 전반에 실사 사진을 활용한 콜라주 스타일에 강렬한 색감을 적용해, 일반적인 게임 그래픽과는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씨러버 발렌 개발자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개그 장면을 위해 실사 이미지를 사용하는 연출을 좋아했기에 이를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요소로 확장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핵심으로, 세계와 스토리 진행에 따라 달라지는 몇몇 연출 및 화풍을 통해 세계관 특유의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상황과 서사에 따라 달라지는 화풍이 핵심이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 상황과 서사에 따라 달라지는 화풍이 핵심이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좋아하는 것을 위한 오랜 노력, ‘씨러버 발렌’

개발자 ‘씨러버 발렌’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약 4년 간 로렌스 기행문을 제작 중인 1인 개발자다. 첫 게임 제작인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곧 완성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2년부터 itch.io를 통해 데모를 공개한 이후, 작은 규모의 관심이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거쳐 마침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게임 개발에는 프로그래밍과 스토리, 그래픽, 음악뿐아니라 마케팅과 상점 페이지 관리, 자금 조달까지 모든 작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씨러버 발렌 개발자에게 있어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많지 않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개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가장 고난을 선사한 것은 QA다. 같은 구간을 수없이 반복 플레이하며 오류를 찾는 과정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씨러버 발렌 로고 (사진출처: 텀블벅)
▲ 씨러버 발렌 로고 (사진출처: 텀블벅)

앞서 언급된 수많은 게임 속 디저트 캐릭터들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배치됐다. 각 도시에는 해당 이름과 관련된 특징을 가진 디저트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과잉의 도시’에는 설탕 비중이 높은 디저트들이 등장하고, ‘망상의 도시’에는 제조 과정에서 크게 부풀어 오르는 디저트들이 주로 등장하는 식이다. 주인공 로쿰 또한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의 이명인 ‘로쿰’에서 착안해, 그 모양이나 색감이 유사하다. 이처럼 디저트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 구성은 작품의 또 다른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말장난 역시 작품의 중요한 요소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권 작품을 많이 접했고, 팬 번역을 취미로 하며 접한 다양한 말장난 표현을 게임에 적용했다. 여러 인디게임에서는 이런 요소가 작품의 개그뿐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한국어 작품에서도 이러한 재미를 구현하려는 의도였다고. 그 결과 ‘로렌스 기행문’에는 다양한 언어유희가 포함되어 있으며, 제목처럼 기묘한 여행을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맥주사탕' 등의 간식도 디저트로 등장한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 우리에게 익숙한 '맥주사탕' 등의 간식도 디저트로 등장한다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이런 선택에는 1인 개발이라는 제작 환경에서 모든 그래픽을 직접 도트 등의 로우 폴리곤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사진을 활용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은 작품의 기묘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특징적인 스타일로 이어졌다. 정상적이라 강조되는 게임의 스토리와 맞물리는 이 비주얼은 플레이어를 마지막까지 방심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 과연 광대 '로쿰 로렌스'의 여정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사진제공: 씨러버 발렌)

‘햄버거 세트’ 보다 만족스러운 게임 되기를 바란다

씨러버 발렌 개발자에 따르면 ‘로렌스 기행문’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하기 위한 연습작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개발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결과적으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 됐다. 개발자는 이번 작품이 충분한성과를 거둔다면 이후 준비된 다양한 스토리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렇게 4년간의 여정을 거친 ‘로렌스 기행문’은 오는 24일 PC(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플레이 예상 타임은 약 8시간 정도로, 가격은 1만 2,000원으로 책정됐다. 개발자는 이 가격을 책정한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하면 웃길 것 같지만, 제작 중 게임의 경쟁자는 햄버거 세트와 너겟 4조각이었다”라며, “게임을 끝낸 뒤 ‘이 돈으로 그거나 먹을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을 명확히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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