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환 시작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출시 전부터 ‘서브컬처 GTA’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가 붙은 게임이 있다. 바로 지난 4월 29일 출시된 호타 스튜디오의 오픈월드 RPG 신작 ‘이환’이다. 첫 공개 당시부터 이상 현상이 가득한 도시, 화려한 연출 등 여러 측면에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는 실제로 GTA를 연상케 하는 장면도 있었기에, 일부 유저는 차세대 서브컬처 게임으로 이환을 꼽을 정도였다.
다만 ‘GTA’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이 어마어마한 만큼 말도 많았다. “서브컬처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라는 추측부터, “그래도 어딜 GTA에 비비냐”라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이러한 흐름은 출시 후에도 이어졌는데,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이환 속 세계에 뛰어들었다.
GTA 풍은 아니지만, 콘텐츠가 끊이지 않는 오픈월드
이환의 주 무대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는 도시 ‘헤테로 시티’다. 이상 현상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우연히 이상 관리국 눈에 띄게 되고, 이를 계기로 골동품 가게이자 해결 사무소 ‘에이본’에 합류하게 된다. 이후 주인공이 마주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 사고가 이환의 주요 서사다.
▲ 이상 현상이 발생하는 도시 '헤테로 시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상 현상을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제로'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골동품 가게 '에이본'에 합류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일반적이라면 이러한 스토리를 따라가야만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이환 속 오픈월드는 굳이 메인 퀘스트를 즐기지 않아도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아무런 목표 없이 길가를 걷다 보면 이상 현상이 발생해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고, 서브 퀘스트를 발견하며 새로운 서사를 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레이싱, 마작, 가게 경영, 낚시, 택시 운전, 집 꾸미기 등 수많은 콘텐츠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으며, 곳곳에 자리한 게임·애니메이션 오마주를 찾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 이상 현상으로 그래피티가 적이 되어 등장하기도 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가게 경영, 마작 등 수많은 미니게임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타치 아닙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뭔가 끝에서 아저씨 한 명이 걸어올 것만 같은 복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감옥’이다. 절도나 교통 방해, 시민 공격 등 범법 행위를 저지르면 GTA처럼 수배 게이지가 쌓이는데, 해당 게이지가 어느 정도 차오른 상태에서 경찰에게 제압당할 경우 외딴섬에 있는 감옥에 수감된다. 감옥에서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제한되며, 일정 구금 일수가 지나거나 보석금을 내면 출소할 수 있다.
이때 감옥을 탈출하는 것 또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한다. 꾀병을 부려 의무실로 가거나 노역을 하며 각종 아이템을 모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해 수감실에서 구멍을 파 ‘쇼생크 탈출’처럼 탈옥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일종의 글리치성 탈출도 가능한데, 이를 위한 도전 과제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개발진이 유저가 해당 방식으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식 루트로 인정한 셈이다.
▲ 도로 한복판에 난리를 치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감옥에 갇혀버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숟가락을 훔쳐 구멍을 판 뒤 탈옥할 수도 있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형지물을 활용한 글리치성 루트로도 탈출 가능. 도전과제도 완료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를 뒷받침하는 자유도도 상당하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지형에 올라갈 수 있으며, ‘임무 징발’이라는 명목으로 도로 위 차량을 절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지어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바퀴를 터트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차량이 방향 전환을 못해 그대로 바다에 빠져버리는 우스꽝스러운 광경도 볼 수 있다.
▲ 절도가 아니라, 임무를 위한 징발입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서브컬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와의 교감 요소도 충실하게 구현했다. 집에 보유 캐릭터를 초대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며, 차량에 동승해 드라이브를 나갈 수도 있다. 여기에 가위바위보로 딱밤 내기를 하거나 산책을 나가는 등,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상호작용 요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직 일부 캐릭터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서브컬처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키우기에는 가장 좋은 환경이 구현된 셈이다.
▲ 보유 캐릭터를 집으로 초대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딱밤을 걸고 가위바위보 한 판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이환'을 'GTA 풍 오픈월드'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정확히는 방향성이 다르다. GTA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지나가는 시민을 공격하거나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고, 마약을 운송하는 등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며 도시를 누비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에 반해 이환은 범죄의 다양성이 그리 크지 않을 뿐 더러, GTA처럼 다양한 무기로 시민과 경찰을 괴롭히는 재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이 게임은 '범죄 시뮬레이션' 장르는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환이 선택한 길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유도도 높고, 콘텐츠도 방대하다. 다만 'GTA'가 아닐 뿐이다. 실제로 차량 바퀴를 펑크내거나 탈옥을 할때는 ‘이런 것까지 된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쯤 되니 떠오르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얼마 전 출시한 ‘붉은사막’이다.
훌륭한 연출과 아쉬운 스토리
이환에서 붉은사막을 연상케 하는 요소는 탄탄한 오픈월드 외에도 더 있다. 바로 훌륭한 연출이다.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피사체를 사진에 가둬버리는 카메라, 머리 없는 라이더, 살아 움직이는 스피커 등 수많은 이상 현상을 만나게 된다. 이 때 갑자기 주변 차량이 모두 사라지거나, 벽이 움직이며 건물 구조를 바꿔버리는 등 과하지 않으면서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살리는 연출이 흥미를 끌어올린다. 마치 붉은사막에서 시원한 액션과 섬세한 연출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었다.
▲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오르빗 필름 스튜디오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튜토리얼 격 퀘스트인 ‘오르빗 필름 스튜디오’는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카메라가 등장하는 장소로, 플레이어가 카메라에 찍히면 온 세상이 네거티브 효과로 덮이는 연출과 함께 다른 차원으로 이동된다. 이를 활용해 막힌 길을 지나갈 수도 있고, 적을 손쉽게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플레이어 위치에 따라 벽이 계속 움직이며 구조가 바뀌는 건물, 일순간 주변 차량이 모두 사라지며 등장하는 머리 없는 라이더 등 참신한 연출이 깊은 몰입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스토리 측면에서는 허점이 많았다. 일단 스토리에 억지로 개그 요소를 집어넣거나, 전개 호흡이 부자연스러워 몰입감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다. 마스코트 캐릭터 ‘타기도’의 연애를 도와주는 메인 퀘스트를 포함한 일부 스토리는 개연성도 부족했다. 붉은사막이 출시 초반 스토리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까지 따라간 셈이다. 물론 개발 기간을 생각해보면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런 것까지 비슷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 완성도가 아쉬운 초반 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갑자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적으로 이환은 서브컬처 감성과 오픈월드를 좋아한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심리스 오픈월드에서 각종 이상 현상과 숨겨진 요소를 탐험하는 재미는 물론, 레이싱을 비롯한 다채로운 다양한 미니게임 등 끊임없는 콘텐츠가 기다린다. 여기에 각종 캐릭터와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과 참신한 연출은 플레이어가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든다.
다만 깊이 있는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초반을 넘기면 어느 정도 봐줄 만하지만, 초반부는 부족한 개연성과 과한 개그 연출, 부자연스러운 전개 호흡이 스토리 몰입을 해친다. 붉은사막이 거듭된 업데이트로 반등에 성공한 것처럼, 이환도 끝까지 붉은사막의 행보를 따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Copyright ⓒ 게임메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