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속에 피는 꽃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람 속에 피는 꽃’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부산인디커넥페스티벌이었다. 독특한 타이틀명과 아름다운 아트에 매료되어 게임을 플레이했고, 체험판 중간에 등장한 갑작스런 연출에 놀라면서도 감탄했다. 따라서 이후에도 계속 게임을 주시하며 출시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7월 25일 ‘사람 속에 피는 꽃’이 정식 출시됐다. 장기간 기다려온 게임인 만큼, 발매를 맞이해 사람 속에 피는 꽃을 개발한 팀 안개꽃을 만나 개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사람 속에 피는 꽃 출시 영상 (영상출처: 사이코플럭스 엔터테인먼트 공식 유튜브 채널)
‘사람 속에 피는 꽃’을 장식하는 사람들, 팀 안개꽃
팀 안개꽃은 분필갈매기 김선규 팀장, 아트 담당인 카르넷, 음향 및 음악 담당인 껌고까지 3인 팀이다. 분필갈매기 팀장이 전반적인 기획과 개발을, 카르넷 개발자는 전반적인 도트 리소스 작업을, 껌고 개발자는 배경 음악과 음향 효과 전반을 담당했다. 팀 이름을 안개꽃이라 지은 이유는 ‘사람 속에 피는 꽃’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뒷받침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기 위해서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주로 RPG 메이커(쯔꾸르)로 게임을 개발해왔다. 방과후 교실에서 RPG 메이커를 다뤄본 후, 게임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여 중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들었다. 카르넷 아트 담당은 쯔꾸르 게임을 즐겼고, 분필갈매기 팀장의 권유로 합류했다. 껌고 사운드 담당은 분필갈매기 팀장이 주최한 게임 제작 행사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소수의 개발진이 참여하는 만큼 매 순간 일손이 부족했다. 본래는 1인 개발로 시작했고, 이후 3명 체제를 이뤘으나 팀장을 비롯한 각 구성원이 하나 이상의 파트를 담당하며 제작을 이어왔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매우 바빴지만, 인원이 적었던 만큼 소통이 빠르고 끈끈했던 부분은 큰 강점이었다”고 밝혔다.
▲ 팀 안개꽃 대표 이미지 (자료출처: 사이코플럭스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영상 갈무리)
▲ 팀 안개꽃 멤버, 왼쪽부터 분필갈매기·카르넷·껌고 (사진제공: 팀 안개꽃)
1980년대 가상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 퍼즐 쯔꾸르
사람 속에 피는 꽃은 으스스한 퍼즐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모종의 사건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요원 '이끼'가 되어, 기둥에 묶인 소녀 '모란'의 도움을 받아 지하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배경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1980년대 가상의 한국이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한강 작가의 팬으로 '소년이 온다'를 흥미롭게 읽었고, 이런 소재를 다룬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독특한 게임 제목은 특유의 연출을 묘사함과 동시에 소재를 강조한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하이라이트 장면을 떠올리며, 제목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고 회상했다. 또한 게임에서는 등장인물 간 인연과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제목에서도 '인연이 꽃핀다'는 점이 연상되도록 의도한 부분도 있다.
▲ 이끼와 모란이 갇힌 작은 지하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분필갈매기 팀장의 개발 화면 (사진제공: 팀 안개꽃)
전반적인 플레이는 퍼즐 방탈출게임과 유사하다. 각종 단서를 조사해 지하실을 나가는 암호를 알아내야 하며, 방 안의 각종 사물을 조사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비주얼 노벨과 방탈출을 섞었으며, 퍼즐 요소는 둘을 연결한다"라며, "문제를 풀며 스토리와 연결되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게임에 녹였다"라고 전했다.
플레이 대부분은 핵심 배경이 되는 지하실에서 이뤄지며, 그 외 공간의 비중은 적다. 때문에 지하실에 다양한 퍼즐이 압축되어 있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7년간 맵 하나만 써서 게임을 만드는 게임잼을 개최했다"라며, "방 하나에 여러 퍼즐을 놓고, 이를 풀지 못하는 과정에서 오는 답답함, 궁금함, 호기심, 모험심 등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 보드에 적힌 단서, 추리로 답을 알아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단장의 캐비닛,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끼와 모란, 두 캐릭터의 관계가 중요하다
사람 속에 피는 꽃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이끼와 모란, 두 핵심 캐릭터의 대화와 관계 변화다. 처음 두 캐릭터가 만나는 순간은 다소 어색하다. 이끼는 모종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깨어나며 기억을 잃은 상태다. 모란은 이끼가 자신을 지하실에 묶었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주인공이 진짜 기억을 잃었다고 판단되자 도와줄 테니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둘의 아슬아슬한 협력 관계가 시작된다.
모란은 미려한 외모에 커다란 흉터가 난 것이 특징이며, 자신을 가둔 사람이라 생각되는 주인공과도 협력할 정도로 실리를 추구한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설정을 짤 때 향기 없는 꽃을 찾았다”라며, “처음에 완성된 외모가 지나치게 아름다워, 포인트와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기 위해 큰 흉터를 넣었다”라고 전했다. 카르넷 아트 담당은 “흉터가 외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잘 보이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 주인공과 협력하는 모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억을 잃고 깨어난 주인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끼는 플레이어가 직접 컨트롤하는 캐릭터로, 주변을 탐색하고 획득한 증거를 모란에게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 캐비닛의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모란에게 말을 걸면 “보통 자기 생일 같은 것을 비밀번호로 해둔다”라는 식으로 힌트를 받는다. 진행이 막히거나 답답한 상황이 발생하면 모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를 통해 쉽게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지나치게 어렵거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어, 모란과 함께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스토리와 플레이가 강조하는 요소는 두 캐릭터의 인연이며, 꽃을 사용해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플레이 중 다양한 방식으로 꽃이 등장하며, 이를 통해 두 캐릭터가 지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전한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인연 등은 불교 사상을 많이 참고했고, 스토리 자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한 장면을 오마주해서 개발을 시작했고,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진행되는 전반적인 구조는 ‘아우터 와일즈’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 각종 퍼즐 그래픽을 디자인한 카르넷 아트 담당 (사진제공: 팀 안개꽃)
▲ 불교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색다른 음향 효과로 긴장감 더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 작품이지만, ‘독재자’, ‘혁명단’ 등이 핵심 배경으로 등장하는 만큼 스릴러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여기에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플래시백이 상당히 소름끼치게 묘사되어 공포심도 자극한다. 껌고 사운드 담당은 “처음 모란의 팔목을 묶은 줄을 자를 때 소리가 점점 이상해지거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소리 등은 쯔꾸르 장르에서 드문 연출이다”라며, “소리를 통한 점프스케어 등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연출도 다수 준비했다”고 말했다.
게임에 등장하는 소품과 퍼즐 역시 어둡고 정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혁명단 비밀번호를 찾아내거나, 흑백 TV 화면 속에 숫자를 숨겨두는 등 1980년대 한국 느낌을 강조한 대목도 있다. 여기에 LP판에서 들려오는 노래, 라디오 잡음, 외부에서 돌려오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 등이 간혹 등장하는 기괴하고 아름다움을 앞세운 점프 스케어와 엮이며 ‘사람 속에 피는 꽃’만의 특별한 감성을 표현한다.
▲ 80년대 브라운관 TV가 생각나는 대목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으스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강조한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람 속에 피는 꽃은 7월 25일 스팀으로 정식 출시됐고, 8월 2일 기준 유저 평가는 ‘매우 긍정적(95% 긍정적)’이다. “진행은 간단하지만, 이야기를 선보이는 연출이 좋다”, “불편한 관계 속 협력하는 두 사람의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감정이입을 많이 했고, 엔딩과 반전이 좋았다”, “쯔꾸르에 대한 뛰어난 이해를 토대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간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분필갈매기 팀장은 “게임을 즐겨 주시고, 엔딩을 본 뒤 스스로 생각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라며, “게임을 끝낸 뒤 다른 게이머 분들과 많이 토론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 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모란과 깊어지는 인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껌고 음악 담당의 각종 배경음악과 음향효과 개발 화면 (사진제공: 팀 안개꽃)Copyright ⓒ 게임메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