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오브 레전드 무작위 총력전: 아수라장 스크린샷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바로 ‘무작위 총력전: 아수라장(이하 증바람)’이다. 전략적 팀 전투에 있던 ‘증강’을 칼바람 나락으로 가져온 게임 모드로, 캐릭터 메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지거나 강력한 대미지로 일반전에는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호평이 쏟아졌다. 오로지 증바람을 플레이하기 위해 복귀하는 유저가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증바람 개발을 이끌고 있는 라이엇게임즈 에두아르도 코르테호소 프로덕트 리드(이하 코르테호소 리드)를 직접 만나 개발 비화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 라이엇게임즈 코르테호소 리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코르테호소 리드: 라이엇게임즈에서 라이브 게임 모드 관련 프로덕트 리드를 맡고 있는 에두아르도 코르테호소다.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증바람 모드 개발을 중점적으로 이끌고 있다.
Q. 증바람이 전 세계적으로 이 정도의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코르테호소 리드: 어느 정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내부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한 것이 사실이다.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다. 다만 한편에서는 모드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지금도 유저들이 증바람을 매력적인 콘텐츠로 느끼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간 아레나나 집중포화 등 다양한 모드를 만들어왔는데, 증바람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코르테호소 리드: 개발 팀원 다수가 평소 무작위 총력전을 즐기는 유저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드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그러던 중 아레나에 있는 증강 시스템을 다른 곳에 적용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바일게임인 ‘와일드 리프트’에 먼저 출시된 증강 모드 ‘무무무작위 총력전’이 개발의 기폭제가 됐다.
다만 PC 리그 오브 레전드는 와일드 리프트와 비교했을 때 유저 성향 및 플랫폼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었다. 아레나에서 얻은 여러 교훈을 바탕으로 증강이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고, 과거 출시됐던 여러 선배 격 모드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재의 증바람을 완성할 수 있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에는 '마법공학 총력전', '무무무작위 총력전'이라는 이름으로 증바람과 비슷한 모드가 앞서 출시됐다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Q. 프로덕트 리드로서 증바람의 핵심 개발 철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코르테호소 리드: 플레이어들이 특정 챔피언에 대해 품고 있는 판타지를 증강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예를 들어 문도 박사가 ‘탱크 엔진’ 증강을 획득해, 화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해지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다만 증강 중에는 시각 효과(VFX)가 너무 강해 화면을 가리거나, 반응이 좋지 않았던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판타지 실현이 게임의 근본적인 틀을 해치거나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판타지를 채워주되 밸런스를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율 중이다.
더불어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방식이 고착화되는 것 또한 지양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전략적 팀 전투(TFT)가 매번 새로운 세트와 메커니즘을 얹어 신선함을 주는 방식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특정 증강이 승리를 보장하는 이른바 정답이 되어버리면 유저들은 그것만 따라가게 된다. 정해진 메타를 따라가기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증강을 조합하며 적응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핵심 기조다.
Q. 증바람을 처음 할 때 ‘어떻게 이런 증강을 생각했지?’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참신한 증강이 많았다. 이러한 증강을 개발하는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코르테호소 리드: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는데, 한 가지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티모 버섯(R)을 아군과 적군 모두 보지 못하게 바꾸는 증강이 얘기된 적 있었다. 하지만 좌절감이 클 것 같아, 해당 증강이 실제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시각 효과를 눈부실 정도로 번쩍이게 바꾸는 등 처음 들었을 때는 허무맹랑하거나 게임을 방해할 것 같은 증강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우려가 앞섰지만, 소환사의 협곡과 달리 증바람은 실험적인 시도가 가능한 무대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단순하게 아이디어를 폐기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여러 조율을 거쳐 ‘포로 발사기’나 ‘할머니의 고추기름’ 같은 재미있는 증강이 탄생했다. '너무 진지해지지 말고 유저들에게 즐거운 일탈을 제공하자'는 생각의 결과물이었다.
Q. 내부적으로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았던 것 같다. 혹시 아쉽게 폐기처분된 증강을 몇 가지 더 소개해줄 수 있는지?
코르테호소 리드: 입이 근질거릴 정도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았지만, 당장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해당 아이디어를 그대로 출시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어 보류했을 뿐, 추후 다른 형태로 다듬어 선보일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씀드린 티모 버섯 증강의 경우 절대 출시될 일이 없기에 예외로 알려드렸다(웃음).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앞으로 보여드릴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뜻이니 기대해 주길 바란다.
▲ 코르테호소 리드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증강이 챔피언 메커니즘을 크게 바꾸다 보니, 밸런스 조정도 어려울 것 같다. 밸런스에 대해서는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하는지?
코르테호소 리드: 증강과 챔피언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소환사의 협곡에서는 아이템이 챔피언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본다면, 증바람은 유저가 느끼는 감각을 더 우선순위에 둔다. 수치상으로는 특정 증강이 매우 강력하더라도 유저들이 잘 모르거나 재미를 위해 덜 선택한다면, 굳이 억지로 없애지 않는다.
또한 최적화된 승률이나 통계 수치만으로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한다. 아레나 모드의 유저들이 오직 승리와 강력함을 위해 증강을 골랐다면, 증바람 유저들은 순수한 재미를 위해 증강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서 접근법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Q. 얼마 전 스킬 증강 업데이트 이후, 450개에 달하는 증강이 대거 삭제되는 핫픽스가 있었다. 많은 피드백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장 많았거나 기억에 남는 피드백에 대해 듣고 싶다.
코르테호소 리드: 말씀해주신 대규모 핫픽스는 개발팀에게도 큰 교훈이 됐다. 특정 챔피언에게 수치상으로는 좋은 증강이라도, 그것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즐겁지 않은 불쾌한 경험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소라카의 회복량이 극단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그렇다. 단순히 강해지는 것을 넘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패치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이후 진행된 소규모 패치들에도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으며, 현재 챔피언별로 등장하는 증강의 확률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며 개선하고 있다. 무관심보다는 부정적인 반발과 피드백이 게임 생태계를 건전하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피드백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다.
▲ 증바람 스크린샷 (사진: 게임메카 ?篤?
Q. 증바람은 사실 기간제 모드로 등장했다가, 많은 인기에 힘입어 무기한 연장됐다. 앞으로 증바람을 영구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인지, 구체적인 운영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코르테호소 리드: 유저 지표를 보면 증바람은 굉장히 견고하고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증바람만의 특성을 잘 살린 업데이트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아레나가 피드백을 통해 진화했듯, 증바람도 건강한 방향으로 지속적인 시즌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Q. 그럼 앞으로 준비 중인 새로운 업데이트 내용에 대해 조금 힌트를 줄 수 있는지?
코르테호소 리드: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무언가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아레나 모드에서 주말 한정 이벤트를 진행했던 것처럼 증바람에도 작은 규모의 이벤트나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최근 업데이트에서 세트 증강이 삭제되어 아쉬워하는 의견이 많다. 부활 가능성이 있는가.
코르테호소 리드: 증바람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콘텐츠는 항상 오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특정 콘텐츠가 영구적으로 자리 잡는 이른바 터줏대감 현상은 개발과 혁신에 큰 장애물이 된다. 정해진 메커니즘만 유지하면 게임이 고착화되고 진보할 수 없다. 이번에 세트 증강을 없앤 것도 퀘스트 증강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추가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세트 효과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저들이 특정 콘텐츠를 강하게 원한다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 발전된 방식으로 다시 도입될 수 있다. 뺏어가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새로운 즐길 거리를 돌려준다는 것이 개발팀의 기본 원칙이다. 충분한 고민을 거쳐 언제든 더 재미있는 형태로 부활할 여지가 있다.
▲ 최근 패치로 사라진 세트 증강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증바람은 유저들 사이에서 유난히 버그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PBE 서버에 있던 버그가 본 서버로 그대로 넘어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PBE 서버 콘텐츠가 본 서버에 넘어오기까지의 프로세스가 궁금하다.
코르테호소 리드: 버그와 관련된 유저들의 비판은 깊이 공감하는 바다.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증바람은 기존 모드들과 비교할 때 참여 인원이 늘어나고 콘텐츠 규모도 크게 확장된 만큼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다. 여기에 새로운 시도까지 많이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BE 서버는 치명적이고 굵직한 성능 저하 문제를 잡아내는 용도로 쓰인다. 서버 오픈 후 짧은 시간 동안 쌓이는 데이터가 전체 테스트 기간보다 많다 보니 놓치는 버그가 발생한다. 물론 그렇다고 버그가 본 서버에 넘어가는 것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현재 저희가 설정한 품질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증강과 챔피언 조합은 무엇인지?
코르테호소 리드: 평소 정글 포지션인 바이와 비에고를 주로 플레이한다. 바이는 전사와 탱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데, ‘궁극의 각성’ 같은 증강으로 스킬 쿨타임을 감소시켜 끊임없이 보호막을 수급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비에고도 쿨타임을 극한으로 감소시키거나, 스킬 초기화를 얻어 혼자 적진을 헤집고 다니면 그때만큼 짜릿한 순간이 없다.
그 외에 좋아하는 증강으로는 ‘다중 공격’이 있다. 특히 블리츠크랭크로 해당 증강을 선택하면, 저처럼 조준 실력이 부족한 유저도 한 번에 여러 적을 끌어올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아수라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요소라고 생각해 선호하는 편이다.
▲ '다중 공격' 증강이 적용된 블리츠크랭크의 그랩(Q)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Q. 마지막으로 증바람을 즐기는 한국 유저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르테호소 리드: 한국 커뮤니티 플레이어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다. 한국 유저들은 열정적일 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굉장히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피드백을 준다. 그 피드백을 보며 개발팀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 유저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팀에 큰 영감을 주며 앞으로도 더 멋진 경험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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